비대면 진료 ‘초진’ 안 된다…결국 반쪽 전락

당정, 시범사업 세부 방안 공개
재진만 허용…약배송 제외키로
“전통 사업에 혁신 서비스 막혔다”
제2 타다 사태 재현 산업계 좌절

서울 서초구 닥터나우에서 개발자들이 비대면진료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을 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닥터나우에서 개발자들이 비대면진료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을 하고 있다.

오는 6월 1일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초진을 배제하고 재진만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비대면 진료 약배송도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섬·벽지 환자와 감염병 확진환자, 휴일과 야간 소아과 진료 등은 초진을 허용하는 쪽으로 보완책을 마련했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17일 오후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구체 방안을 마련했다. 당정협의회에서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이만희 수석부의장, 보건복지위 간사 강기윤 의원,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이 모여 논의·확정하고 사업 내용을 공개했다.

당정이 재진 원칙을 내세우면서 산업계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규 서비스가 전통사업자에 막혀 후퇴하는 이른바 ‘제 2타다’ 사례가 재현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전통적 의료 단체는 초진 반대를 내세웠고,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을 포함한 이용자 집단에서는 비대면 진료 확대 의견을 펼쳐왔다.

다만, 당정은 감염병 확진 환자, 장애인,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 외출이 힘든 중환자 등에는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17일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17일 열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협의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는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지난 3년간 허용했던 초진 비대면 진료가 ‘재진’으로 바뀐다.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예방법상 ‘심각’ 단계일 때 가능해 ‘경계’로 하향되면 불법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제도화하려 했으나 여야합의 불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업 중단을 막기 위해 의료법 개정 전 시범사업으로 진행한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약배송도 허용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는 자택까지 약 배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직접 수령해야 한다. 일부 중환자, 감염병 환자만 약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약사들은 비대면 진료 약배송이 의약품 오남용과 오배송을 조장한다며 반대를 주장해왔다. 플랫폼업체들은 약 배달 수령이 빠지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초진과 약배송에서 모두 후퇴하면서 사실상 반쪽짜리 ‘비대면 진료’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정협의 이후 시범사업을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안전하고 발전적 방안을 지속 강구해나가겠다”면서 “당에선 비대면 진료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상시적 제도가 되도록 의료법 제정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 관련 단체 등과의 협의를 거쳐 시범사업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8월 말까지 3개월간 계도기간도 둘 예정이다.

한편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는 3년간 1379만 명이 이용했다. 이용 건수가 3661만 건에 달하며 국민 의료접근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각각 87.8%와 87.9%가 다시 활용 의향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