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재고와 전쟁 중… 추가 감산도 검토

입력
기사원문
황민규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4분기부터 재고 줄이기 위해 ‘물량 털어내기’
1분기에도 지속되는 메모리 가격 하락
삼성, 4분기 컨콜서 ‘기술적 감산’ 언급 예상
“삼성·SK하이닉스, 더 적극적인 감산 나서야”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위),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아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4분기부터 적극적으로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을 인하하며 소위 ‘물량 털어내기’에 나섰다. 올해 1분기에도 평균판매단가(ASP)를 낮추며 재고 소진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자 추가감산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오는 31일 두 회사는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추가 감산에 대한 양사의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발표했던 SK하이닉스는 D램, 낸드 가격 급락에 따른 추가 감산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시장에서 예상한 메모리 가격 하락세보다 더 가파른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최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14년,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적자전환 전망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라 적자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14년 만에 처음, SK하이닉스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된 것이다. 적자의 배경에는 지난해 4분기부터 두 회사가 재고소진을 위해 가격을 일제히 인하한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에는 적자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는 최대 약 46.1주에 달하는 재고일수를 기록하며 재고치만으로 한해 영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재고가 쌓여있었다. 이후 4분기부터는 적극적인 재고 해소 노력에 힘입어 40주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로 인해 경영진이 목표로 한 재고치 해소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7조319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8.5% 늘었다. 전년 동기보다는 51.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이처럼 단기간 내 급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즉 삼성전자의 예상보다 시장 수요가 부진했고, 이에 따른 탄력적인 생산량 조정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예상보다 더 부진했기 때문에 평균판매가격(ASP)를 아무리 내려도 재고일수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며 “결국 문제는 생산부문을 조정해야 한다는 결론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SK하이닉스, 3분기 감산 발표 이어 추가 대책 내놓을 듯

세계적인 반도체 수요 부진을 뼈저리게 체험한 두 기업은 최근 더 적극적인 생산량 조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관건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공정전환에 따른 ‘기술적 감산’, 생산라인 효율화에 따른 ‘자연적 감산’ 등으로 기존의 방침을 크게 번복하지 않는 선에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 또한 기술적 감산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반도체 미세공정은 더 높은 생산성의 첨단 공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장비교체, 신기술 도입, 프로세스 정비 과정에서 일부 생산량 손실이 불가피하다. 과거 평면(Planar) 기반 낸드플래시를 3차원(3D) 낸드플래시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등 주요 기업의 낸드 생산량이 줄어들자 가격이 일시적으로 폭등한 사례도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0조원 후반대였던 투자 규모를 올해 5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생산능력) 투자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수급 균형을 앞당겨 맞춘다는 계획이다.

다만 반도체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진행된 SK하이닉스의 감산 규모가 수요 부진에 비해 소극적이고 너무 뒤늦은 대처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다. 남대종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재고가 지속될 것이므로 적극적인 생산 조정이 필요하다”며 “증가한 재고는 ASP 하락의 주된 원인이 되므로 시장의 기대보다 하락폭인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IT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