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은 무겁게, 보호는 철저하게”

정부의 「4.23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의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서 [전문] 
 

온 나라를 경악시킨 21세기판 집단 성착취·노예화 사건인 텔레그램 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범정부 종합대책안(2020.4.23.)이 발표되었다.

‘처벌은 무겁게, 보호는 철저하게’를 모토로 준비된 정부 대책안의 골자는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범죄 처벌 상향’, ‘양형기준 마련’, ‘독립 몰수제 도입’과 ‘온라인 그루밍 처벌’ 신설,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 기준 상향’, ‘잠입수사’기획, ‘신고포상금제’, 그리고 인터넷 사업자 ‘징벌적 과징금제 도입’ 등이다.

ⓒ광주인 자료사진
ⓒ광주인 자료사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남시민행동」은 백만 명이 넘는 국민청원과 가해자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전국각지의 성명에 힘입어 비로소 발표된 4.23 정부 종합대책안에 대해 지지를 보내며 모든 젠더 기반 폭력이 근절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

이번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통해서 드러난 바와 같이 젠더 기반 성범죄는 인륜적 경계를 넘어선 악질성과 폐쇄적 국내외 플랫폼을 사용하는 기술적 고도화로 진화해가고 있다.

인권을 짓밟고 여성을 성노예화한 한국 26만여 남성들의 ‘놀이·게임’은 버닝썬, 김학의, 김준기 사건에 이은디지털시대 변종이다.

이는 성범죄 가해자들에 대한 사회의 미온적 태도와 저 형량·집행유예로 점철되었던 성범죄 판결을 내린 성인지 감수성 제로 판사들의 보호 아래 진행된 사회범죄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발표는 보통의 남성들이 집단으로 여성, 아동, 청소년의 몸을 착취하고 정신을 죽이면서 즐기는 것이 결코 취향이나 호기심이 아니라 인권을 유린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이를 통해 인간의 성과 몸, 그리고 정신이 얼마나 존엄한 것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이 다른 인간의 놀이의 도구가 될 수 없음을, 그리고 돈벌이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재차 확인하는 바이다.

또한 이러한 인식이 확고하게 확산될 때 비로소 피해자가 당당하게 가해자를 지목하며 온당한 범죄의 처벌을 주장할 수 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하다.

한편, 이번 대책의 모토가 ‘처벌은 무겁게, 보호는 철저하게’이지만, 무거운 처벌을 위한 대책들에 비해 철저한 보호에 대한 내용이 부족한 것은 유감이다.

또한 성범죄가 젠더에 기반 한 성착취임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에게 보다 집중하다보니 여성 노인, 장애인, 성소수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대상화된 성범죄의 민낯을 건드리지 못한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n번방 사건은 이전부터 지속되어 왔던 무수한 사건들의 연장선이지 결코 단독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이 땅의 성범죄는 솜방망이 같은 판결을 먹고 자란 악마적 행위들이다.

그러니 성범죄 대책이 n번방 사건에 대한 대책으로 축소되어서는 안된다. 현실세계이든 가상세계이든 어디에서도 안심하며 살 수 없는 이 땅의 여성들은 시시 때때로 남성들에 의해 성적으로 착취당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래서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전남시민행동」은 이 땅의 여성 모두가 “미투들”임을 통감하면서, 온라인, 오프라인, 디지털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연령대와 젠더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안고 있는 불안과 고통에 공감해 왔고, 파괴된 자기 삶의 피해를 수사과정에서조차 제대로 드러낼 수 없었던 미증유의 부정의에 분노해 왔다.

또한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젠더 정의가 완성될 때까지 우리는 분노하며 투쟁할 것이다.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전남시민행동」은 이번 정부 대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하며 이에 더해 피해자 보호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재차 촉구한다.

첫째, 디지털 집단 성착취 영상 유포사건 피해자들의 피해와 상처가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정신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에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고 공적인 회복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

둘째, 경찰·법원·언론은 피해자들에 대한 신변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만방의 노력을 기울여 2차 가해가 발행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셋째,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학생, 학교 밖 청소년 및 군장병, 경찰관, 법조인 등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에 기초한 폭력예방 교육을 밀도 있게 실시하고, 올바른 성 가치관과 인권존중의 태도를 함양하는 전 국민 대상 포괄적 성평등·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넷째, 사법부는 성범죄 전담 검사의 결정에 있어, 수사기관은 성범죄 전담 수사관의 결정에 있어 그/그녀의 성인지감수성을 철저히 점검한 후에 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엄수해야 한다.

또한 그런 장치가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도 작동될 수 있도록 성범죄에 관해 전국적인 사법・수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2020년 4월 27 일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전남시민행동

공공운수서비스노조 함평지회, 담양평화의소녀상연대, 목포아이쿱생협, 목포여성의전화, 목포젠더연구소,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 여성위원회, 사단법인 행복누리, 성폭력 추방을 위한 장성군대책위원회, 성폭력 추방을 위한 함평군대책위원회, 영광여성의전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라・제주・광주권역,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전남여성가족재단, 전남여성인권단체연합, 전남여성장애인연대, 전남진보연대, 전남평화의소녀상연대, 참교육학부모회 전남지부 (가나다순)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