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윌리엄 콜글래지어 AAAS '과학과 외교' 편집장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과학기술보좌관 4년 봉직
"韓 코로나19 탁월 대응, 美에 최우선순위는 백신 외교"

윌리엄 콜글래지어(William Colglazier) 미국 전 국무부 과학기술보좌관(고문)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역량이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사진=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제공]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당선인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부터 꾸렸다. 그는 국정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손을 대고 근본부터 바꿔나가고 있다. 양국 과학계 인사는 바로 이 대목이 향후 한미 과학계의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윌리엄 콜글래지어(William Colglazier) 미국 전 국무부 과학기술보좌관(고문)은 9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코로나19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방역 모범국인 한국이 미국에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공유하고, 한국 산업계가 강점을 지닌 코로나19 진단 기술, 백신·치료제 위탁 생산 능력을 앞세워 '과학 외교'를 펼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콜글래지어 박사는 미국 과학외교 분야의 핵심 리더 중 한 명이다. 현재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전문학술지 '과학과 외교'(Science & Diplomacy) 편집장을 맡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2011년부터 4년 동안 미 국무부의 4대 과학기술고문을 역임했다. 그는 이론물리학 박사로 미 국립과학원(NAS),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콜글래지어 박사는 "미국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실패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탁월한 대응으로부터 미국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 내에서 '백신 외교'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콜글래지어 박사는 "수많은 외교 부처들이 과학 외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외교부의 과학 전문가와 외교 전문가들에게 현재 과학 외교 분야에서 최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었고, 돌아온 보편적인 해답은 백신 외교"라고 했다.

콜글래지어 박사는 코로나19 등 요동치는 정세 속에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과학'에서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운동부터 과학을 중시했고 현재 과학 자문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그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핵심 보직에 과학자 임명을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과학적 근거에 거짓(hoax)이라고 폄하한 것과 다른 행보다.

코로나19 대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바이든 대통령 인수위는 드라이브스루 진단을 두 배 늘리고, 집에서 자가 진단할 수 있는 검사 방법 등을 대폭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만든 전쟁물자생산위원회처럼 '팬데믹 진단위원회'를 만들어 국력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외교클럽 공동 회장을 역임하며 미국 과학계와 매년 협력하고 있는 김승환 POSTECH(포항공과대) 물리학과 교수도 "바이든 정부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방역"이라며 "백신 개발부터 보급, 생산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에서 한미가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콜글래지어 박사와의 일문일답.

Q. 트럼프 행정부, 코로나19 대응 어땠나.

미국은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실패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4년마다 대선 이후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를 낸다. 각 보고서는 메가 트렌드, 게임 체인저를 조사하면서 미래를 내다본다. 2012년 보고서에 팬데믹과 미국 중심 글로벌 이탈(disengagement)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두 가지는 2020년 동안 상호 연결되고 대격변으로 이어졌다. 

나는 미국이 코로나19 위협을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망연자실(stunned)했다. 미국의 실패는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대답할 것이 많지만(밥 우드워드의 새 책의 폭로로 그의 부정은 훨씬 더 두드러졌다) 정치인들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또한 상당한 실패는 주요 과학 기관에서도 만들어졌다. 

많은 미국 대중들이 팬데믹을 거짓말(hoax)로 바라봐왔고,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꺼려해왔다. 과학, 정책, 사회 사이에 상호 작용하는 실패들은 더 많은 죽음과 불행 그리고 국제적으로 미국의 브랜드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대응을 더 잘했다. 

미국 문화의 개인주의와 자주성(initiative)은 우리의 혁신 역량과 경제적 번영에 매우 좋았다. 그러나 나라를 분열시키고 과학을 무시하며 진실을 말하지 않는 정치인에 의해 상황이 악화됐을 땐, 그런 개인적 역량은 사회적 화합에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했을 때 그런 문화의 양상을 바꿔 가는 건 어렵다.

Q. 과학의 관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으로 보나.  

바이든 행정부는 과학을 중시한다. 트럼프는 과학을 대부분 무시하고 과학으로부터 알려진 것들에 대해 많은 거짓 언급들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외 문제에서 건전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일환으로 과학과 과학자의 투입을 진지하게 고민할 것으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세계보건기구(WHO)에 복귀하고 국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을 태울 것이다. 그리고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리더의 역할을 다시 할 것으로 본다.

Q. 국가에 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과학은 국가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국무부 과학기술고문으로서 나는 과학·기술·혁신(STI) 역량을 강화하고 과학 자문 생태계를 강화하려는 전 세계 과학자와 관계자들과 흥미로운 대화들을 나눴다.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그들의 안보, 번영, 경쟁력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과학·기술·혁신 역량에 집중했다. 과학·기술·혁신 역량에 대한 미국의 명성은 당시 우리 과학 외교의 자산이었다. 당시 나는 정부 지도자와 국민에게 과학계의 전문적인 과학적 조언으로 강력한 과학 자문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시점에서 팬데믹의 도전 과제들은 복잡하다. 왜냐하면 바이러스의 미래 경로, 경제적 영향, 개인의 행동, 백신과 치료제의 가용성 그리고 정부 정책에 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가들이 (정책과 사회와 협력하는) 과학·기술·혁신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하며 국가와 글로벌 차원에서 필수적이다. 

Q. 과학 외교의 역할은 무엇으로 보나.

현시점에서 과학 외교의 역할은 '백신 외교'다. 현재 많은 외교 부처들이 과학 외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나는 몇몇 외교부의 과학 전문가와 외교 전문가들에게 현재 과학 외교 분야에서 최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물어왔다. 보편적인 해답은 백신 외교다. 

과학 외교는 국제적으로 지식과 데이터의 공유를 촉진하고 협력 연구를 촉진하며 해결책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을 보장한다. 과학 외교는 우리의 세계적 목표와 팬데믹 대응을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목표를 촉진함으로써 몇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다. 

첫째로 코로나19 극복 기금을 보장하는 것은 유행병을 제거하고 생계를 회복하며 우리 사회의 더 큰 지속가능성을 달성한다. 둘째로 국제 과학 협업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국가 간 국제 협력과 조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 강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의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네 가지 모두 세상을 보다 회복력(resilient) 있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필수적이다. 과학 외교의 역할이다. 

Q. 한국과 미국의 과학·산업계 협력 가능성은.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며,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탁월한 대응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민주국가들은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해야만 한다. 그것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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