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리조선소 “美 군함 생산자격 이르면 연내 확보 기대…해군 프로젝트 입찰 참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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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95번도로를 따라 지라드 포인트 다리를 건너다 보면 오른편에 '한화' 로고를 적은 주황색 골리앗이 선명하게 눈에 띈다. 작년 말 한화시스템(60%)과 한화오션(40%)이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한 한화 필리조선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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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기계화로 생산성↑

현재 수주잔고는 국가안보다목적선박(NSMV) 세 척과 컨테이너선 세 척, 해저암석설치선(SRIV) 한 척이 전부다. 미국 해사청(MARAD)이 발주한 해군사관생도 교육용 여객선 NSMV 다섯 척을 한꺼번에 수주해서 한 해에 한 척씩 천천히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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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영진은 이곳을 '헤비존'으로 이름 짓고 150대 분량의 콘크리트를 부어서 땅을 다지고 있다. 미리 블록을 조립해서 한꺼번에 들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이 소장은 "골리앗 크레인이 80번 들어올릴 것을 40번만 들어도 되기 때문에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을 자르고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도 사흘에서 4시간까지 단축할 예정이다.
낡은 용접기 대신 최신 용접 로봇을 도입하고 블록의 위치와 이동경로를 상세히 파악하는 자동화 기술(스마트야드 시스템)도 적용한다. 헤비존 외에도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을 순차적으로 개선하고 병목공정을 없애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면 한 도크에서 연 4~5척씩, 두 도크에서 연 10척을 생산할 수 있다고 이 소장은 자신했다. 그는 "10년 안에는 (10척 생산이) 무조건 가능하고, 2030년까지 (그런 수준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수주 물량에 따라 도크를 더 확장하거나 추가 도크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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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프로젝트 입찰 진행 중"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결정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하기 한참 전이다. 인수가 완료된 것도 취임 전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조선업 강화 방침과 맞물려 필리조선소 운영은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조선소에 한미 양국이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미국 정부와 의회는 조선업 경쟁력을 되살리지 않으면 중국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 대처할 수 없다는 데 대한 위기의식이 강하다. 필리조선소는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이식받는 공간이자 향후 미국 조선업의 성장 한계를 확인하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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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의 DNA를 이식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필리조선소의 방산 라이선스 확보에도 영향을 주는 문제다. 이 소장은 "올해 안에 생산량을 두 배를 만들어낼 수 있고, 5년 내 10배를 할 수 있다"면서 "이것을 증명해 내면 미국 정부가 (신속한 전력 확보를 위해) 외국 기업이 배를 지을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전투를 위해서는 가장 핵심 전력인 전투함 외에 지원함이 많이 필요한데, 이를 빠르게 만들 역량이 있는 한국 조선사에 사업 기회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다.
현재 미국 군함을 미국 내에서만 짓도록 하는 관련법(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을 넘어서는 것도 관건이다. 현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미 군함의 선박 수리 및 유지보수 작업(MRO)을 하고 있지만, 새 배를 짓기 위한 블록 건조 등은 할 수 없다. 한화필리조선소와 한화오션은 블록을 거제에서 제작해 필리조선소에서 마무리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허용된 단계는 아니다. 다만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앞으로 (미국 정부와) 협상이 가능한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 용접공 등 확보 관건
좋은 노동력을 적절한 인건비에 확보하는 것은 숙제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자체 훈련시설(트레이닝 아카데미)을 운영하며 용접공 등을 직접 길러내고 있다. 2021년에는 40명을 배출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120명, 내년에는 24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들은 첫해 5만달러(약 7000만원)를 받지만 이후에 급여와 복지수준은 계속 올라가는 구조다.현지에서 만난 견습공들의 표정은 밝았다. 용접 견습공 셀림(36)씨는 "거대한 선박 야드에서 모든 것이 확장되고 있다"면서 "미래가 밝다는 느낌이 좋고, 새벽 4시에 일어나 매일 출근할 수 있는 힘이 난다"고 했다.
충분한 인력을 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소장은 "거제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교육 노하우가 있다"면서 "용접의 수준을 매일 확인하고 개선하면 누구든 일정 수준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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