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자사주 5600억 전량소각 …‘한국의 애플’ 꿈꾸는 메리츠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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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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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최근 금융당국 안팎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서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인 애플과 알파벳, 메타 등은 주주환원, 그중에서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2023년 연차보고서에서 한해 동안 자사주 취득 및 소각에 776억달러(약 104조원)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매년 100조원 이상을 풀어서 주식을 매입한 뒤 소각, 유통 주식수를 줄임으로써 주당 당기순이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국내에서 선진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꼽힌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9일 기준 종가 6만43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말 시가총액 12조원을 기록한 이후 4달여 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2022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의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의 핵심은 배당이나 단순한 자사주 매입 보다는 매입 후 소각에 방점이 있었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히고 있으며, 주주 신뢰도를 높이는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 미국 등에서는 배당보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더 주주친화적인 환원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자는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따른 주가 상승을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 가능한 자사주를 소각하는데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주식 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내역은 392건이었으나 처분하겠다고 공시한 내역은 36건에 불과했다.

메리츠타워


반면 메리츠금융그룹은 현재까지 자사주 취득신탁 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는 신탁 종료 후 소각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를 성실히 지키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602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며 자사주 소각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규로 3월과 9월에 각각 40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신탁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간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으로 목표 조기 달성 시 신탁 계약을 종료,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위주로 한 선진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철학이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뒤 우수한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이어 2022년 11월에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고 ‘원-메리츠’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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