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하나 사이 두고 운명 엇갈린 '쌍둥이 원전'…고리 1호기 해체, 2호기는 수명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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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 고리원전을 가다
1호기, 文정부 탈원전 휘말려
2017년 정지 이후 해체 앞둬
"외형 같고 시설도 공유하는데
2호기만 돌린다니 가슴 아파"
1호기, 文정부 탈원전 휘말려
2017년 정지 이후 해체 앞둬
"외형 같고 시설도 공유하는데
2호기만 돌린다니 가슴 아파"

하지만 운명은 정반대다. 1호기는 2017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탈핵시대를 열겠다며 최초 설계수명(40년) 만료와 함께 영구 정지를 선언한 뒤 해체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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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1호기 내부는 작업자 한 명 없이 고요했다. 1호기 설비 곳곳엔 ‘영구정지 관련 미사용기기’라는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다. 수년째 사람 손을 타지 못한 설비들이 깨끗하게 유지돼 있는 게 마치 박물관의 전시품 같은 느낌을 줬다.
고리 1호기는 2021년 해체 승인을 신청했다. 인허가 심사가 끝나면 해체 공사가 시작된다. 고리 1호기는 가동 중지 전 매년 477만㎿h의 전기를 생산했다. 부산시 전 가정에서 쓰는 전기의 106%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다. 지금은 그만큼의 전기를 다른 에너지원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모상영 고리1발전소장은 “오늘도 1호기를 지나왔는데 당장이라도 가동할 수 있는 시설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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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설계수명이 만료됐거나 만료를 앞둔 원전이 적지 않다. 고리 2호기를 포함해 고리 3·4호기, 한빛 1·2호기 등 총 10기의 설계수명이 2030년 이전에 만료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이들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신할 경우 10년간 총 107조6000억원의 비용이 더 필요하다. 설계수명 연장을 통해 이만큼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계수명 연장이 위험한 원전을 계속 가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설계수명은 운영허가 당시 안전성 평가를 위해 가정한 최소한의 기간일 뿐이며 안전 문제만 없다면 수명 연장을 통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실제 고리 1호기와 같은 모델로 설계수명이 40년이던 미국의 포인트비치 원전은 1970년 운전을 시작했지만 두 차례 수명 연장을 통해 총 80년간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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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