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빅뱅 순간 가장 먼저 탄생했고 양성자가 1개인 수소는 중성자가 없고 가벼운 '경수소(일반 수소)', 중성자 1개가 더해지고 무거운 '이중수소', 중성자 2개가 더해진 '삼중수소'로 나뉜다('동위원소' 3종). 경수소와 이중수소는 자연 상태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안정한 동위원소로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 삼중수소는 불안정 동위원소이고 방사선을 발생시키면서 분해되며 고농도 상태로 섭취할 경우에는 방사능 직접 피폭이 발생해 위험하지만 다른 방사성물질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낮다.
삼중수소는 원자로 내부 핵반응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비교적 짧은 반감기(12년3개월)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방식으로 생성된 삼중수소는 범지구적인 규모로 볼 때는 자연에 누적되는 수준은 아니며 존재 정도는 무시할 만하다. 하지만 삼중수소 자체는 방사성이며 유해하기에 방사선 피폭 괴담 선동가들이 항상 애용하는 핵심 키워드다.
삼중수소와 삼중수소수는 과학적으로 다르다. 수소는 원자 상태로는 자연에서 존재할 수 없으며 반드시 산소와 결합하여 물을 구성하는 원소 형태로 존재한다. 경수소(H), 이중수소(D), 삼중수소(T)가 산소(O)와 결합하면 각각 경수(H2O), 중수(D2O), 삼중수소수(T2O)가 만들어진다. 경수는 일반 수돗물과 같아서 걱정거리가 아니며 중수는 원자로에서 핵분열 중 발생하는 고속 중성자 속도를 떨어뜨리는 감속재와 냉각재 역할을 하며 무해하다.
삼중수소수는 원자로의 중수 감속로에서 중수가 중성자를 포획하면서 생성되며 삼중수소를 함유하기에 방사성의 물이다. 순수한 삼중수소수는 무색 액체이며 자기 방사성 분해로 인해 부식성이 있고 유해 물질이다.

과거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 4월 26일)는 허술한 관리가 빚어낸 재앙이었고 몇 년 후 국내에서는 "방사능 낙진(요오드-131)이 남동풍을 따라 한반도로 이동한 영향으로 20·30대 여성의 갑상선암이 증가한다"는 괴담이 떠돌았다. 당시 의료계는 "최근 의료기기가 발전하면서 갑상선암 발견이 많아졌을 뿐 원전사고의 영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고 괴담은 곧 사라졌다.
한편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위협(1994년 3월 12일)과 연이은 '서울 불바다' 핵 위협 파문(1994년 3월 19일)으로 1990년대에 들어서서는 '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드는 일반인도 많고 괜히 불안감이나 반감, 거부감을 가지는 이들도 생기게 된다.
2000년대 초 고가의 의료 검사 장비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괴담이 발생했고 대학병원에서는 체내의 종양 등 병변의 위치를 정확히 밝힐 수 있는 최첨단 영상 의료 검사 이름을 일부러 바꾸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엄밀하게는 과학적인 용어로 '핵자기공명영상'(NMRI) 검사이지만 "일반인들에게 '핵'이라는 단어는 인체에 유해한 방사능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해서 모든 병원에서는 '핵'자를 생략하여 단순히 MRI 검사로 현재까지 불리고 있다. 2016년 12월 개봉해 관객 450만여 명을 동원한 원전사고 영화인 '판도라' 때문에 '일국의 최고 통치자가 영화 한 편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탈원전을 들고 나왔다'는 괴담(?)은 지금도 돌고 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저장탱크의 오염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반복 처리해 삼중수소수를 제외한 세슘 포함 62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뒤 국제법상 허용치 이내의 방류농도로 희석해 조만간 방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삼중수소로 오염된 삼중수소수는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고 중국도 우리나라도 삼중수소수를 방류하고 있으며 국제법상 문제가 없지만 지난 수개월 동안 삼중수소수 괴담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러한 괴담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기보다는 전문가의 세밀한 터치가 필요하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과학자들이 '돌팔이' 소리를 듣더라도 괴담에 맞서 과학적 설명과 병행해 국민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선진국 반열의 대한민국이 괴담에 굴복해 국제법을 따르지 않고 권위 있는 국제기구를 못 믿는다면 국제사회의 일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