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으니 일단 담자"…기관 뭉칫돈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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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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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회사채 시장]
기준금리 고점 찍었다 인식…기관 연초 자금 집행
"연초 크레딧 매수세 확인…향후 수요예측도 청신호"
1월 발행 대부분 우량채…"A급 온기 돌지 지켜봐야"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금리가 아직은 높은 수준이지만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크레딧 스프레드는 축소되고 있습니다. 더 빠지기 전에 대안도 없으니 ‘일단 담자’는 분위기가 퍼지는거죠. 심지어 회사채를 못 담으면 자신만 뒤처질 수 있다는 FOMO(Fear of Mission Out) 현상까지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연초부터 회사채 수요예측에 조 단위 돈이 몰리는 데에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함께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관들이 회사채를 쓸어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이렇게까지 돈이 몰리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과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초 효과 더해지며 ‘불안한 회복’

회사채 시장은 작년 경기 침체 우려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고사 상태였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정반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기물에만 수요가 집중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만기를 가리지 않고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당장 지난 6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LG유플러스(032640)의 경우만 보더라도 각각 500억원 규모로 모집했던 2년물에 9450억원, 5년물에 7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3년물(1000억원) 역시 1조61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연초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채권 시장 자금 유입세도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기관이 1월을 맞아 자금 집행을 진행해 대거 채권을 쓸어담는 연초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포스코(005490)의 경우 신용중앙협동조합 1000억원, 국민연금 700억원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기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요예측에 크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연초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크레딧 채권시장은 국고채 변동성 확대에도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과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가파른 스프레드 축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연초 크레딧 매수세가 확인되면서 향후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채권평가사(민평) 3사가 평가한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간 금리차이(스프레드)는 지난 6일 기준 1.32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2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쏠림현상이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평 금리 대비 0.5%포인트 이상 낮게 써내면서 회사채를 받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과열됐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수요예측에 서류를 내면서도 민평 금리 대비 얼마나 낮게 써야할지 치열하게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이런 금리에 회사채를 왜 사지 하면서도 벤치마크 수익률을 따라가려면 담긴 해야하니 일단 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온기는 아직 우량채에만…“양극화 심화”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결국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조 단위 자금이 올렸던 수요예측 모두 AA급 우량채였고, 이달 예정돼 있는 수요예측 역시 대부분이 AA급이다. A급 회사채에까지 온기가 전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건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롯데건설(롯데케미칼 지급보증, 신용등급 AA+)은 지난달 26일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16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이중 1200억원이 채안펀드 자금이었다. 나머지 900억원은 산업은행을 통해 채웠다.

따라서 이달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신세계푸드(A+)와 효성화학(A)의 수요예측 흥행 여부가 앞으로 회사채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AA등급의 우량 등급과 A등급의 비우량 등급 간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양극화는 심화할 전망”이라면서 “과거에도 회사채 시장 회복 과정에서 등급별 회복 속도가 큰 차이를 보였는데 상위 등급부터 빠르게 축소한 이후 하위 등급으로 파급됐다”고 설명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우량 회사채를 기준으로는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전반적으로 올해 기업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경계감이 아직 있어 우량채와 비우량채 사이의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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