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종합 반도체 기업이 국내외에서 설비투자를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느릴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망 내 복원이 후공정 기업부터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반도체 후공정 기업 하나마이크론은 전 거래일 대비 1900원(13%) 상승한 1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51.8% 올랐다.

주가가 상승한 배경은 전날 삼성전자가 하나마이크론 내에서 설비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나마이크론에 추가 설비투자 확장을 위해 문의한 건 맞는다"며 "아직 방식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후공정 분야인 패키징·테스트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특히 모바일용 D램 '스택 칩' 공정 등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는데 두 기업이 국내와 미국에서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어서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이날 정기주주총회 이후 미국 내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계획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후공정 기업 SFA반도체도 이날 주가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SFA반도체는 전 거래일 대비 300원(6%) 오른 5380원에 장을 마감했다.

SFA반도체는 반도체 조립·테스트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고객사다. 증권가에서는 모바일 기기 수요 부진으로 SFA반도체의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고 고객사의 필리핀 공장 내 테스트 설비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 요구에 따라 SFA반도체는 필리핀 공장 테스트 설비를 30% 이상 증설하고 있으며 본격 가동하는 올해 3분기부터는 매출이 의미 있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도 반도체 패키지의 절단·세척·건조 과정 등을 담당하는 장비 '비전 플레이스먼트'를 판매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고사양 반도체를 구현하려면 고도화된 패키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고성능 장비를 제조하고 있어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대만 TSMC 등이 주요 고객사다. 한미반도체는 주가가 지난 23일 1만6360원에서 29일 2만1050원으로 28% 상승했다. 이달 한 달간 31.9% 올랐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반도체 공급망 내 실적 회복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과거 회복 순서가 전공정 장비→부품→소재→후공정이었다면 이번 사이클에서는 역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