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1위 韓 선크림 아세요? 中 대신 美 휩쓰는 K 중소기업 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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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01. 오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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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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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소기업 화장품 美에서 인기
스킨케어 관심 높아지고 K팝 등 인기에 K뷰티 호감도 상승
조선미녀·믹순·스킨1004 등 아마존에서 순위 상위권
아모레퍼시픽도 9500억원 들여 코스알엑스 인수

91만명의 추종자(팔로워)를 가진 미국인 틱톡커(틱톡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가 한국에서도 유명하지 않은 한국 중소기업의 화장품 사용 후기를 올린다.

이 제품 영상을 본 추종자들이 불티나게 제품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입소문을 타고 미국 최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선크림 제품이 판매량 순위 1위를 기록한다. 2020년 1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2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신화로 불리는 ‘조선미녀’ 이야기다.

미국 시장에서 K뷰티 중소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품질에 저렴한 가격으로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수출이 대폭 늘었다.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한 브랜드도 지속해서 탄생하고 있다.

미국 틱톡커 사라 팔미라가 조선미녀 제품 사용 후기를 올린 모습./사라 팔미라 틱톡 캡처

1일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10대 수출 품목 중 화장품 수출액은 54억달러(7조2063억원)로 전체 품목 중 1위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0.2% 증가했다.

화장품 수출 증가를 이끈 것은 미국이다. 지난해 3분기 중소기업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35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9.1% 늘었다. 미국이 과거 화장품 수출 1위 국가였던 중국(3270억원)을 넘어 국내 중소기업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이 됐다.

한국 화장품의 현지 시장 인기는 미국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USA 무역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미국 화장품 수입국 중 한국이 점유율 20.1%로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캐나다 등과 점유율 경쟁을 벌이면서 점점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그래픽=정서희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다. 마스크 착용 후 트러블 증가로 피부 관리 수요가 늘었다. 수출액도 마스크 착용이 시작된 2020년 기점으로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미국 화장품 시장은 색조 제품이 더 강세라 피부 관리에 강점이 있는 국내 업체들이 진출이 용이했다. K팝 등이 대중화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 점도 작용했다. 틱톡 등 SNS에서 미국 MZ(1980~2020년대 출생)세대가 K뷰티 제품 후기를 올리면서 인지도가 올랐다.

명품 화장품에 비해 가격대가 낮지만 성분이 좋고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조선미녀 대표 제품이자 지난해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한 ‘맑은쌀선크림’은 전통적으로 피부 미용에 사용됐던 쌀 추출물을 이용했다. 한방 원료를 현대인에 맞게 재해석하며 미주 시장을 공략했다.

스킨1004 선크림이 아마존에서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아마존

지난해 아마존에서 선크림과 세럼 부분 최고 판매순위 1·2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브랜드 스킨1004와 믹순도 모두 성분에 집중한 브랜드다.

스킨1004는 비건 성분으로 만든 ‘히알루-시카 워터핏 선 세럼’으로 지난해 7월 아마존 최대 할인행사인 ‘프라임 데이’에서 선크림 부분 1위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매출이 113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원료주의를 강조하는 믹순은 콩세럼이 히트 제품이다. 아마존 세럼 순위에서 2위까지 올랐다. 해외 인기가 국내 채널에도 반영되면서 믹순은 작년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아마존에서 이들 제품 리뷰만 각각 수 천개 이상 올라와 있다. 스킨1004의 선크림 제품 리뷰를 올린 아마존 사용자 케이시(kacey)는 “이 선크림은 최고다. 특히 기존 선크림이 끈적여서 싫은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크림이다. 한국 K선크림이 좋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시도해봤는데 전혀 후회가 없다. 디자인도 예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최상의 제품”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이 대중(對中) 수출을 중심으로 이끌던 화장품 시장 지형이 중소기업의 인디 브랜드가 미국 등 국가에 문을 두드리는 형태로 바뀌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9351억원을 들여 중소기업 코스알엑스를 인수했다. 아모레퍼시픽이 고전하는 북미와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코스알엑스는 아마존 화장품 전체 브랜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K뷰티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점차 높이면서 프랑스나 자국 제품보다 저렴하지만 피부 관리에 더 효능이 좋다는 인식으로 미국 내 시장 위치를 점점 더 확고히 하고 있어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인디 화장품의 가성비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올해도 한국 인디 화장품 중에서 조선미녀를 잇는 히어로 브랜드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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