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회사 영문명을 바꾸고 대표 제품 ‘진라면’의 글로벌 모델로 방탄소년단(BTS) 진(Jin)을 발탁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수는 침체된 반면 케이(K)-라면 수출액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라면 3인방으로 꼽히는 농심·삼양식품·오뚜기 중 오뚜기는 해외 매출 비중이 현저히 작은 상황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문 상호 변경 안건을 논의한다. 기존 영문명 ‘OTTOGI’를 ‘OTOKI’로 바꾸는 내용이다. 해외 소비자들이 오뚜기를 더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영문명을 변경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글로벌 마케팅에도 힘을 쏟는다. 오뚜기는 최근 BTS 진을 진라면의 글로벌 모델로 발탁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판매되는 진라면 포장지에 BTS 진의 모습이 들어갈 예정이다.
오뚜기가 올해 해외시장 확대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K-라면 열풍 속에 오뚜기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의뢰해 분석한 ‘10년간 K-푸드 수출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K-푸드 수출액은 2015년 35억1000만달러에서 2024년 70억2000만달러로 증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라면이 13억6000만달러로 1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오뚜기 매출 전망치는 3조5029억원으로, 전년(3조4545억원) 대비 1.4% 증가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2023년(2549억원) 대비 5.7% 감소한 24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원가 상승 등 라면 사업에서 받은 타격을 즉석밥, 카레 등 일반 식품에서 메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덕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지난해 삼양식품 매출은 1조7300억원, 영업이익은 3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 133.4% 증가했다.
업계 1위 농심은 해외 매출 비중이 37% 수준이다. 삼양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작다 보니 내수 침체 영향을 받아 지난해 실적은 좋지 않았다. 작년 농심 매출은 3조4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 감소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농심은 부산에 ‘녹산 수출전용공장’을 설립해 늘어나는 수출 물량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 법을 세워 현지 공략 거점을 구축한다.
삼양식품과 농심에 비하면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현저히 작다. 오뚜기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22년 11.4%, 2023년 10.7%, 2024년 1~3분기 10.9% 수준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ESG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오뚜기’로 도약하기 위해 2028년까지 글로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3년 해외 매출액이 약 33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5년 이내에 해외 매출을 3배가량 증가시켜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 오뚜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신규 생산공장을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2023년에는 베트남 공장 설비 증설을 위해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아울러 무슬림 시장을 겨냥한 할랄 인증 제품 생산도 준비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 앞으로 라면 업체들의 경쟁은 해외 시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오뚜기의 경우 해외 투자로 단기적인 비용은 증가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