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에만 환율 연고점 11번 경신
- 현지물가 오르고 직구 거래도↓
- 日 엔저·무비자 입국 허용 ‘활기’
- 2분기 직구액 1년새 31% 증가
직장인 최모(40) 씨는 연말에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항공권 예매까지 끝냈지만 최근에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하루가 무섭게 치솟는 환율에 여행 경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코로나로 오랫동안 해외에 못 나간 만큼 항공권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올랐음에도 꼭 가려고 했다. 그런데 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진정될 기미도 보이질 않는다”며 “미국에 있는 가족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지 물가도 뚜렷하게 체감될 정도로 뛰었다고 한다. 미국 여행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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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여행 재개와 엔저현상으로 일본 여행이 증가하는 가운데 17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의 국제선 항공사 창구에서 여행객들이 후쿠오카행 항공기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
미국 해외직구 쇼핑을 즐겼던 강모(39) 씨는 올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챙기지 않기로 했다. 매년 11월 열리는 미국 최대 세일 기간에 값비싼 제품을 하나씩 사곤 했던 강 씨는 “국내 쇼핑에 비해 불편한 점이 있어도 가격이 저렴해 직구를 했는데 환율이 올라 가격 경쟁력이 없다”며 “요즘은 엔화 가격이 내려 일본 직구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억눌린 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면서 미국 여행은 물론 미국 직구 거래액도 줄고 있다. 17일 인천공항공사 통계를 보면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인천~미국 항공편은 7월까지 점차 늘다가 8월부터 줄었다. 탑승객수 또한 6월(24만5243명), 7월(29만5781명), 8월(31만9032명)까지 증가세였으나 9월(29만7189명)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미국령은 괌 노선이 있는데, 8월 66편까지 늘었던 운항횟수는 9월 들어 36편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승객은 7843명에서 4555명으로 줄었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5.3원으로 약 1년 전인 지난해 10월 26일(1167.0원)에 비해 268.3원 오른 상태다. 앞서 2분기에 13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다 9월 한달에만 연고점을 11번 경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미국 직구 거래액도 전분기보다 7.6% 감소한 5123억 원으로 집계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편수를 줄인 것은 수요가 감소했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미국 노선을 줄이고 다른 노선 투입을 늘렸을 텐데 방역 지침과 휴가 시즌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달러 강세로 여행지를 바꾸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엔저현상이 지속되고 무비자 입국까지 허용되면서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이날부터 부산~후쿠오카·오사카 노선을 매일 왕복 1회에서 2회로 증편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무비자 입국을 시행한 지난 11일 이후 일본 노선 탑승객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5개 일본노선 전체 탑승객은 7721명 수준이었으나 10월 탑승객은 5만 명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7월에 비해 약 7배, 지난달(2만5071명)에 비해 배 이상 증가했다.
엔화 가격이 내리면서 올해 2분기 일본 직구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1% 늘었다. 17일 엔화 환율은 100엔당 966.06원이고, 엔달러 환율은 오후 6시 기준 148.70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