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이번 주 판가름날 전망이다. 현재 요금이 에너지원가 수준을 여전히 하회하고 있지만, 정부는 물가관리와 국민부담 등을 감안해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015760)는 3분기 전기요금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지난 16일 산업부와 기재부에 제출했다. 요금정산은 3분기 연료수입 무역통계 가격에 따라 계산되는데, ㎾h(킬로와트시)당 5원 인하에서 5원 인상의 10원 내 범위에서 이뤄진다.
산업부 고시에 따르면 한전이 적용 직전월 16일까지 산업부와 기재부에 요금산정 자료를 제출하고, 산업부장관이 적용 직전월 20일까지 이에 대한 별도 의견을 내지 않으면 그대로 요금이 확정된다. 아직 원가에 못미치는 요금 구조임을 감안하면 한전은 인상 의견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관한 의견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정부 재량에 달려있다. 산업부가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합의하는대로 결정되는 구조이다.
천문학적 채무를 안고 있는 한전 입장에선 재무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다. 산업부 역시 이에 이견은 없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 시 전반적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우리나라 산업·수출의 영향, 국민부담 등 파급력이 상당해 한전 채무상환에만 우선순위를 둘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2분기 극심한 진통을 거쳐 ㎾h당 8원을 올린 후 전기요금 현실화를 적극 주장해온 산업부 기류에도 최근들어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지난 14일 "국민 부담을 생각할 때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요금 인상은 필요하지만 속도조절 역시 중요하다.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제조업 기반이고, 국민 부담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차관 언급은 전력피크 시즌인 7~9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감이 크고,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 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해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 추세로, 한전 채무증가 속도가 둔화된 부분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통계에 따르면 전년 동기 배럴당 108달러에 달하던 유가는 현재 70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30%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톤당 422달러까지 치솟았던 유연탄 가격도 현재는 톤당 149달러로 안정을 되찾았다. LNG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에너지가격의 변동성이 여전히 적지 않지만, 당분간 국제 가격동향은 완만한 하향안정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무를 단숨에 해소하기보다 향후 에너지 원재료가 추가 하락 시에도 현재 가격을 유지, 한전 적자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반등하는 등 외부변수가 적으면 3분기뿐 아니라 당분간 현 요금체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여당의 제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들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선거가 코 앞인데 '물가 올라 힘들다', '전기요금 올린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여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갑자기 유가가 치솟는 극히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당분간 에너지요금 이슈는 잦아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