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1) 금준혁 기자 = "잘 만든 코어엔진이 열 엔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앞의 팬을 키우면 여객기, 작게 하면 전투기용입니다."
코어엔진이란 항공 엔진에서 3대 핵심 부품인 압축기, 연소기, 터빈을 일컫는 말이다. 전기차에 비유하자면 기반이 되는 플랫폼을 잘 개발하면 여러 차종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세 가지는 발전용 가스터빈의 3대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이론상 항공 엔진과 가스터빈의 80~90%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창원 본사에서 막 고객사와 미팅을 마치고 온 이동훈 항공엔진개발팀장을 만났다. 이 팀장은 항공우주공학 박사로 2000년부터 유도무기, 가스터빈 등을 개발해 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3월 항공 엔진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올해 1월 항공엔진개발팀을 정식으로 구성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강점은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가스터빈을 개발하며 쌓아온 기술력이다. 항공 엔진은 가스터빈의 일종이다. 고정된 채로 운전되는 발전용과 달리 높은 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운영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팀장은 "원리와 구성은 같지만 발전용은 12미터에 330톤이라면 항공용은 2미터에 1톤이 안 된다"며 "발전용은 수명과 효율이 핵심이라면 항공용은 같은 크기라면 무게를 줄이는 게 허들"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발전용 가스터빈은 효율이 0.1%만 차이 나도 발전소에서 일 년에 쓰는 연료비가 수십억 추가된다. 비슷한 맥락에서 1000㎏인 항공 엔진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연료 효율을 높이는 핵심이다.
현재 12미터 규모 대형 발전용 가스터빈을 연간 6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팀장은 "국내 유일의 고온 부품 공장, 터빈 블레이드·베인(날개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라며 "항공용은 발전용보다 좁고 심플하기 때문에 수요에 따라 연간 수십 대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엔진 3강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프랫앤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를 비롯해 한국이 개발한 항공기에는 모두 이들 회사의 엔진이 들어간다.
업계는 전투기와 민항기 엔진을 독식하는 3곳을 1티어, 중소형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프랑스 사프란, 미국 하니웰, 독일 MTU를 2티어로 분류한다.
현실적인 목표는 2티어다. 타깃 시장은 KF-21 등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1만 6000lbf(파운드포스)급이다. 여객기의 경우 3만에서 5만lbf급의 엔진이 필요하다.
다만 한번 개발된 코어엔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가령 보잉 747에 탑재된 GE의 대표 항공 엔진인 CF6의 파생형에는 함정용 가스터빈 엔진 LM2500이 있다. GE는 발전용 가스터빈 시장의 선두 주자기도 하다.
이 팀장은 "과거 2000년대 이전엔 항공 엔진 기술이 뛰어나서 지상(발전소)에 가져와서 썼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효율·수명·성능이 급격하게 발전하며 가스터빈 기술이 항공용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과 수백 lbf급 초 초소형 엔진부터 개발하고 내년부터 엔진 사업을 본격화한다.
막대한 개발비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국산 항공 엔진 개발을 위해 2039년까지 3조 3500억원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항공 엔진은 전투기 원가의 30%를 차지하고, 전투기를 수출할 때는 엔진 개발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지·보수·운영(MRO)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팀장은 "엔진이 개발되면 KF-21에 탑재되고 파생 엔진이 개발되며 기술이 소재·부품·장비 등 여러 산업으로 파급된다"며 "초기 플랫폼은 싸게 주고 MRO로 돈을 버는 전형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독자개발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라이선스 생산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 팀장의 지론은 그간의 가스터빈 생산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국산화율도 80% 이상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오히려 이 팀장은 "감항(운항 안전성) 인증을 위한 시험 인프라가 국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1조 2000억 원 정도가 필요할 텐데 업계의 중복설비 투자가 없도록 국가 주도로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부족한 업력은 GE와 프랑스의 CFM인터내셔널처럼 합작사를 설립해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 팀장은 "여러 회사와 조인트벤처, 컨소시엄을 얘기하고 있다"며 "개발기간을 앞당기고 해외 진출이 쉬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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