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삼성SDI, 2차전지로 가는 '군용 잠수함'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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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전동화 본격화

○ 2차전지가 디젤엔진 대체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잠수함용 배터리는 올해 3분기 해군의 최종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시제품으로 먼저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에 대한 해군의 정밀 검증이 예정돼 있다.삼성SDI와 한화측은 이미 오랜기간 잠수함·잠수정용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을 해왔다. 자체 테스트 상으로는 즉각적인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해군의 테스트에서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잠수함용 2차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2차전지가 적용된 전기 잠수함은 2028년께 군에 인도될 계획이다.
잠수함은 일반적으로 메인 동력원으로 디젤 엔진을 사용하고 납축전지가 보조역할을 한다. 수면 위에서 디젤엔진으로 발전기를 돌리고 이 에너지를 납축전지에 저장해놨다가 잠수시 사용한다. 반면 개발중인 새로운 잠수함은 2차전지가 주 동력원이다. 2차전지에 저장된 전기를 수면위나 잠수시 모두 사용한다. 잠수함내 전기사용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설치된다. 디젤엔진은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할 예정이다.
전기 잠수함은 배출가스가 줄어들고 연료비도 절약할 수 있어 친환경성이 강화될 예정이다, 해군이 더 주목하는건 군사적 장점이다. 2차전지를 사용하면 소음이 거의 나지 않아 음파 탐지기 등을 피할 수 있다. 납축전지를 사용할때보다 2차전지를 이용하면 잠수 시간도 대폭 늘어난다. 현재 분석대로라면 2배이상 잠수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 발달로 임무 수행가능 시간은 점진적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민간 선박 전동화 이뤄질 것"
업계에서는 군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번 프로젝트가 국내 해양 전동화 사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성 등을 상대적으로 덜 따지는 군이 먼저 잠수함·선박용 배터리의 개발을 견인하고, 양산까지 가능케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민간 기업들이 잠수함, 선박용 2차전지를 적극적으로 개발·생산하지 않은건 비용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수함, 선박용 2차전지는 전기차용 등과 다르게 요구 스펙이 높아 생산비용이 많이드는데, 비싼값에 이를 사겠다는 민간 조선사 등은 없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쉽게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와 달리 한번의 충전으로 장기간 운항을 해야하고 안정성도 더 높아야 하는 해양용 배터리는 수요가 없어 아직까지 수익이 나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해군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해양용 배터리 기술이 축적되고, 비용이 낮아질 수 있다면 관련 기술이 민간 등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함정 전동화 시장이 열린다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나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추진선 시장은 2023년 40억200만 달러(약 5조6780억원)에서 2032년 280억6900만 달러(약 39조8242억원)로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관광용 잠수정, 여객선, 소형 전기보트 등을 시작으로 해양플랜트까지 전동화 전환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