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코스피지수가 2년 2개월여만에 2200선을 내주자 개인들은 증시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인버스·곱버스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통상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 반등에 베팅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심리적 지지선으로 불리던 2200선이 뚫리며 증시 비관론이 드리운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학습 효과를 경험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버스(inverse·역방향)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초 지수를 거꾸로 추종하고, ‘곱버스’ ETF는 기초 지수의 역방향으로 2배 연동되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다.

그래픽=이은현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18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845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KODEX 인버스’ 역시 183억원 사들였다. ‘KODEX 200 선물인버스2X’는 이 기간 9조4900억원어치 거래되며 ETF 거래대금 1위를 기록했다.

인버스·곱버스 ETF에 돈이 몰린 이유는 증시 비관론이 팽배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8일 2169.29포인트로 마감하며 2년 2개월여만에 종가 기준 2200선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24포인트(1.36%) 오른 2249.95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2200선을 오르내리며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지지선이 무너지면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저점 매수에 나서는 경향을 보였던 개인 투자자들이 이전과는 다른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7일 코스피지수가 2400선이 붕괴되자 다음 날부터 28일까지 개인들은 ‘KODEX 레버리지’를 3061억원 순매수했고,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3056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증시 반등에 베팅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9월 말까지 9.29% 하락했다.

개인들의 하락 베팅을 두고 학습 효과를 경험한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주요 지지선이 깨질 때마다 저점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도 이익을 챙기지 못하면서 학습효과가 생겼을 것”이라며 “지금 증시는 특정한 이벤트로 인해 급락한 것이 아니라 천천히 하락했기 때문에 다르게 대응한 것 같고, 경기침체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체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 우려마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는 확장에서 침체로 가는 국면으로 주식시장도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의 긴축이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의 추세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유럽부터 가시화되고 있다”며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근거한 증시 하방 압력은 커지고 있고,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