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딥시크 차단·H20 수출 제한
"미국 기술 구매 시 처벌 조치 검토 중"
中 "실사용이 중요"…확산 중심 전략 추진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AI) 굴기에 대응해 전방위 규제에 나섰다. 딥시크의 미국 내 서비스 접근을 막고,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반도체 'H20' 판매까지 금지했다. 중국은 AI 모델을 산업·소비 현장에 빠르게 적용, 기술 개발보다 '활용'에서 앞서나가는 전략으로 AI 패권을 노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딥시크가 미국산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차단하고 미국 소비자들의 딥시크 서비스 이용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딥시크 소속 연구자들이 중국 국방 7자매 대학, 핵무기 연구소 등 미 정부 제재 대상 기관들과 협업한 이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미 하원 중국공산당특별위원회는 딥시크가 미 정부의 수출 제한 품목에 해당하는 엔비디아 칩 약 2만개를 포함해 총 6만개 이상의 AI반도체를 확보한 정황도 포착했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딥시크 앱은 일반적인 AI챗봇으로 보이나 실상은 중국으로 데이터가 유출되게 하고 이용자들의 보안 취약점을 만들어낸다. 중국 법에 따라 정보를 은밀히 검열·조작하는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수출이 금지된 미국 칩을 기반으로 미국 기술을 훔쳐 만든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H20' 칩도 별도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 범위를 확대했다. 이 칩은 미국이 2022년 고성능 AI칩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자 회사가 중국시장을 겨냥해 따로 설계한 제품으로, 주력제품인 'H100' 대비 연산능력이 약 2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딥시크가 이를 사용해 미국기업들의 최신모델과 맞먹는 성능을 냈다고 알려지자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에 새로운 제한을 통보했다.
NYT는 이번 조치에 대해 "단순한 기술 제한을 넘어 미국의 AI 주도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딥시크의 미국 기술 구매를 막기 위한 징벌 조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中 돈 아닌 '실활용'으로 승부 본다…소비자 AI 인식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같은 수출 규제가 중국의 AI 확산 전략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AI 인프라에서 미국보다 열세를 보이는 현실을 역이용해 '확산 중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소비자 서비스, 제조업 등 세 가지 분야에서 AI 활용 속도를 높이며 AI 실용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민원 응답, 의료 기록 관리, 실종자 탐색 등 다양한 행정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있고 위챗 등 플랫폼을 통해 AI 챗봇 기능을 상용화하고 있다.
중국 산업계에서도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의 AI 벤처투자 중 제조업 비중은 3%에 불과했지만 중국은 무려 43%를 차지했다. 로봇, 전기차, 공장 자동화 등 다양한 제조 현장에 AI가 도입돼 생산성과 비용 효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비용 또한 중국 AI 확산의 핵심 요인이다. 미국은 AI 칩, 데이터센터 등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압도적이다. 모건스텐리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4대 IT기업은 올해만 3000억달러를 신기술에 투자할 예정이다. 반면 중국 빅테크 4사의 총 투자액은 그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딥시크는 100만토큰당 1.4센트의 요금만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메타의 LLM 이용료(2.8달러)에 비해 약 200배 저렴하다. 바이트댄스 또한 지난해 자사 챗봇 '두바오' 가격을 대폭 인하해 오픈AI보다 최대 99% 저렴한 수준으로 맞췄다.
중국 소비자 역시 이런 기술 변화에 적극 반응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81%가 어떤 제품에 AI가 적용됐는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3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AI 경쟁의 승자는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AI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중국 소비자는 AI 도입에 긍정적이고 가격도 미국보다 훨씬 저렴해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한지중 중국과학원 교수는 "중국이 여러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앞지른 것은 선도 기술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응용 역량 덕분"이라며 "AI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