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독] HD현대, 베트남 조선소 '中 상선 대항마'로 키운다..미국의 중국 규제 더해져 성과낼듯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5.29 12:36

수정 2025.05.29 15:48

HD현대, 베트남 조선소 추가 투자 및 범용 상선 중심으로 재편
현재 연 12~13척 건조능력 2030년까지 연 23척 목표
'中 강세' 범용 상선, 美 '수수료 폭탄' 예고되면서
글로벌 선사들 K조선으로 발 돌려..."베트남, 인력풀 풍부해 제격"

현대베트남조선의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현대베트남조선의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글로벌 조선 수주 점유
국가 점유율
중국 70.6%
한국 16.7%
일본 4.9%
미국 0.1%
기타 7.7%
(클락슨리서치)
【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HD현대미포조선이 베트남 중남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조선소를 범용 상선 생산기지로 전환해 중국 조선의 대항마로 키우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선소는 현재 벌크선과 탱커선(유조선) 건조에 주력하고 있지만 중국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 중인 범용 상업용 선박(상선) 중심의 건조 기지로 전환, 슈퍼사이클 이후 다가올 '수주 보릿고개'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29일 베트남 현지 관계자와 조선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미포조선은 최근 베트남 조선소가 위치한 베트남 중남부 칸호아성 당국과 토지연한 연장조치를 비롯한 관련 협의를 마쳤다. HD현대미포조선은 칸호아성 당국에 기존에 건조 중인 벌크선과 유조선에서 범용 제품의 상선 위주로 체질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HD현대미포조선의 이번 움직임은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해양 패권 경쟁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는 상황에서 상선을 앞세워 물량 공세 중인 중국 조선을 앞지를 수 있는 시기에 추진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중국 조선 및 해운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조선소가 만든 선박 및 중국 해운사가 소유한 선박에 대해 항구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의 제재를 내세우며 중국 조선업 숨통 조이기에 나선 바 있다.

중국 조선은 2000년대 들면서부터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돼 '조선업 굴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중국이 보유한 상선의 선복량(배에 실을수 있는 화물의 총량)은 이미 세계 1위, 우리나라의 4배에 달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조선업의 종합 경쟁력은 90.6, 한국은 88.9를 기록했다. 연구·개발(R&D)과 설계에선 우리나라가 우위를 지켰지만 생산과 수요, 서비스에선 중국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종별로 봐도 중국은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벌크선에서 모두 한국을 추월한 상태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범용 상선에서 중국기업들은 저가 물량 공세로 출혈경쟁을 유도하며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있다. 이로인해 일본 조선업계의 상징적 기업인 스미토모중공업은 지난해 상선 신조 분야에서 철수하면서 이제 K조선만 남은 상태다. 현재 전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은 중국 70.6%, 한국 16.7%, 일본 4.9% 순이다.

현재 HD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 자회사인 HD현대베트남조선(HVS)은 1996년 수리·개조 법인에서 출발해 2000년대 후반 신조 사업에 뛰어든 후 현재까지 200척 넘는 선박을 수주했다. 생산 능력을 종전 연 12~13척 수준에서 생산 설비 확대와 공정 개선 등으로 2030년까지 23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에는 1억달러(약 1402억원)를 추가 투자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더해 앞으로 범용 상선 위주의 개편이 이어지면 HD현대미포조선의 상선 건조 능력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미포조선으로서는 생산인력 수급이 어려운 국내 조선소 대신 풍부한 인력풀을 보유한 베트남 조선소가 범용 상선 건조에는 제격"이라면서 "HD현대미포조선은 '칸호아성의 삼성'으로 불릴 정도로 현지 당국과 업계의 신뢰가 두터워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일부 글로벌 선사들은 컨테이너선 등을 중국 조선업체들에 물량 발주를 검토했다 최근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화하자 한국업체들에 대신 발주하는 안을 추진하는 등 변화의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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