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시아인들이 함께 소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더구루=김형수 기자] K소주가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 주류시장에서 흥행 돌풀을 일으키고 있다. 한류 열풍의 영향으로 한국 주류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러시아 소주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30배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는 유통망 확대,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한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러시아 수출 규모는 1만740kg으로 집계됐다. 전년(338kg) 대비 약 32배 치솟은 수치다. 보드카가 대세인 러시아 시장에서 이룬 성과라서 의미가 크다.
한류가 러시아를 강타하면서 젊은 현지 K팝·K드라마 팬들을 중심으로 K소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판매가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와 다양한 과일 맛도 러시아 MZ세대를 움직였다.
글로벌 아이돌그룹 BTS와 블랙핑크 등은 러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21년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게임'이 러시아를 비롯한 전세계를 강타한 이후 K드라마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소년심판', '갯마을 차차차', '빈센조' 등이 러시아에서 인기를 모은 대표적 K드라마로 꼽힌다.
늘어나는 K소주 수요를 겨냥한 러시아 주류 업체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현지 시장은 활기를 띄고 있다. 2023년 9월 과일소주 스턴(Stun) 생산을 시작하며 소주 사업을 뛰어든 러시아 주류 업체 ASG가 대표적이다.<본보 2023년 9월 29일 참고 러시아 ASG, '한국식 과일소주' 생산…진로 에이슬 시리즈 '대항마'>
나탈리아 네보로토바(Natalia Nevorotova) ASG 디렉터는 "자체 소비자 조사 결과 K팝, K드라마, K푸드 등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한국 소주에 대한 니즈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활성화되고 있는 러시아 소주 시장 공략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분주해지고 있다. 러시아 시장은 이미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소주 업체들이 일찌감치 진출해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 러시아 주류체인 판매점 빈랩(Vin Lab)에 입점한 이후 현지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레귤러 소주 참이슬과 과일소주 청포도에이슬 등을 내세워 대형마트를 비롯한 러시아 메인 스트림 유통 채널에 진입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러시아 법인 'LOTTE CHILSUNG BEVERAGE RUS'를 설립하고 현지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인 신설을 계기로 러시아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각각 운영했던 판매 사무소를 지점으로 격상하고 현지 조직·인력 강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귤러 소주 처음처럼, 과일소주 순하리 등을 현지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주류업계에서 한류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소주도 관심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지만 러시아 영토 내에서 전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러시아 내에서 소비는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러시아는 전세계에서 주류 소비 최상위 국가 중 하나"라며 "러시아 시장에서 소주 시장을 키워나가는 등 세계시장에서 각국의 대표 브랜드들과 경쟁하며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