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획득 비용 낮추고 임차 후 구매 여부 결정"
새로운 방산 시장 열릴 수도…전제는 군 협조
방위사업청이 무기체계 획득 방안 다변화의 일환으로 '한국형 임차특화제도' 마련에 나섰다. 초기 획득 비용이 줄고 보다 신속한 도입이 가능하며 구매 방식의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있어서다. 방위산업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2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방사청은 최근 '무기체계 임차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를 위한 입찰 공고를 했다. 무기체계는 무기뿐 아니라 운영에 필요한 장비·부품·시설·소프트웨어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연구 기간은 6개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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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0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에서 K1E1전차가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 [뉴시스] |
방사청은 "임차사업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인 바, 정책 시행 전 국내·외 사례를 심층 조사·분석하고 제도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법령 개정안을 설계하기 위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상으로도 임차가 가능하지만 여러 제약으로 2006년 방사청이 문을 연 뒤 수행 실적은 거의 전무하다. 그런 만큼 현행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태라는 진단이다.
해외에서는 임차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해 위험을 줄이거나 '구독형' 모델을 도입해 최신 기술을 지속적, 안정적으로 획득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모델을 적극 수용 중이라고 한다.
방사청은 "효율적 임차 제도 재설계를 통해 초기 획득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임차 기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개념의 무기체계(서비스) 적용 등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급변하는 안보 환경과 방산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 가능한 '한국형 임차특화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목적이다.
구체적으로는 단기적으로 획득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현행 신속시범사업과 신속소요 제도에 접목해 최소한의 법령 개정을 통해 즉시 시행 가능한 방안을 찾는다. 중·장기적으로는 '방위력 개선 사업'의 정의에 '구독'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법 개정 등 전면 개편 방안을 제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차 시장의 형성 가능성 분석도 주된 과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소유' 개념이 아닌 '이용/접근 권한' 비용을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형태의 제도를 조사한다. 구매와 연구개발 등 획득 방안에 비쳐 임차 방식의 예산, 인력, 획득기간, 운용 및 개량 유연성 등 장·단점을 비교해 효용성 평가도 실시한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의 협조를 통한 임차 가능 무기체계 소요를 조사하고 방산 기업의 의견도 반영해 임차 후보 목록도 작성할 계획이다. 또 국내·외 방산기업 등을 대상으로 임차 관련 시장 형성 가능성을 따져보고 군 뿐 아니라 민·관과 공유하는 모델 등 다양한 시장 형태의 발전 가능성을 분석한다. 임차 기간 종료 후 기업이 회수한 장비의 재정비 및 수출 등 재활용 방안 등 활성화 방안도 과제에 포함된다.
김동범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십년 전에 미국 무기를 빌려와서 사용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돌려주는 획득 방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면서 "방산 업계 입장에서는 임차 시장이 열리면 운영과 유지 등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순형 산업연구원 안보전략산업팀장은 "해외에서도 재정적 부담 때문에 구매 방식을 꺼려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군의 협조가 전제돼야 하며 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임차 시장의 형성 방식이나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체계 임차 방식의 필요성은 과거에도 수차례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당시 합동군사대 신영환 교수 등 연구진은 '국방획득제도 임차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무기체계 획득 방법 결정 시 '연구개발+임차', '구매+임차'를 융합해 추진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2012년에 러시아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10년간 임차해 운용 경험을 확보한 사례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북한의 SLBM(잠수함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해상초계기 등 신규 무기체계 확보를 추진할 때 최소 수량을 임차해 전력 공백 발생 방지, 장비 운용 기술 습득, 전력화 지원 요소 식별 등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적용 방안을 설명했다.
임차해 사용한 무기체계는 구매로 전환해 계속 운용할 수 있고 구매 비용은 좀 더 낮출 수도 있다고 봤다. 예산이 제한될 경우 할부 개념의 금융리스 방식도 제안했다.
연구진은 "임차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유용성을 먼저 인식하고 우리의 전통적인 자산 관리 개념인 '소유'에서 '사용'의 개념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장비의 '기능' 사용, 즉 임차에 대한 국방예산과목 구조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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