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장·고성현장 분양 순연 등 혼선
- 건설업계 “대형사 동반부실 우려”
국내 도급 순위 100위권 내 중견 건설업체가 자금난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부산 경남 건설 현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20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6일 서울회생법원은 경영난을 겪는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에 대금이 지급되지 않고 임직원 임금도 체불되자 노조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 기준 도급 순위 83위로 시공 능력 평가액이 3514억 원에 달한다. ‘엘크루’라는 자체 아파트 브랜드도 있다.
주요 사업장은 크고 작은 타격을 받았다.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중단·지연되고 분양이 연기되는 곳도 발생했다. 부산 경남의 사업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의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업장은 기장읍 청강리 ‘엘크루 더 퍼스트’로 총 230세대 규모다. 예비 입주민은 불안감을 호소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데 공사가 진행되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는다. 국제신문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현재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오는 8월이었던 입주 예정일이 내년 2월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얼마 동안 공사가 중단된 것 같더니 최근 재개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나마 부산 사업장이 큰 피해가 없는 건 계약 방식 덕분이다. 신탁사가 ‘책임 준공 확약’을 맺어 시공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책임을 지고 공사를 마치게 돼 있다. 신탁사가 무너지지 않는 한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 기장군 관계자는 “시공사 변경이나 공사 중지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공사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지역의 현장은 부산보다 충격이 크다. 시공사를 변경하거나 분양을 연기했다. 경남 고성 ‘고성 스위트엠 엘크루’는 공사가 중단됐다가 최근 시공사를 SGC이테크건설로 교체했다. 시행사와 신탁사가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시공사를 변경했다. 새 시공사 SGC이테크건설의 지난해 도급 순위는 39위로 대우조선해양건설보다 높다. 시공사 교체로 아파트 이름도 ‘고성 스위트엠 엘크루’에서 ‘더 리브 스위트엠’으로 바뀔 예정이다.
지난달 경남 거제 아주동에서 분양할 계획이던 ‘거제 아주동 엘크루(가칭)’는 분양이 연기됐다.
건설업계의 충격과 불안감은 커진다.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후 상위 100대 건설사의 부도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산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은 업체에서 시작한 문제가 300위권(경남 창원 동원건설산업)을 거쳐 이제 100위권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건설업의 위기를 실감한다”며 “일부 현장은 신탁사가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신탁사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