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물처럼 보이지만 이 액체는 사실 수소를 용해한 액상유기수소운반체(LOHC) 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총연합회관에서 열린 ‘수소 분야 R&D 쇼케이스’에 참석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임태훈 박사는 작은 원통에 담긴 액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LOHC는 액상 유기화합물을 매개 물질로 사용해 대용량 수소를 이송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해외에서 수소를 생산해 우리나라로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석유와 성질이 비슷해 해외의 석유화학 시설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달 30일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관에서 열린 수소 분야 R&D 쇼케이스에서 임인섭 KIST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위촉연구원이 LOHC 소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국내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그린 수소’가 관련 기술 발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많은 ‘그레이 수소’ ‘브라운 수소’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진 ‘그린 수소’로 나뉜다. 태양광, 풍력 등을 사용해 만든 전기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는 탈탄소 정책에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에너지로 꼽힌다.

KIST가 총괄한 LOHC 원천기술개발 연구단은 지난해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LOHC 상용화를 위한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LOHC 기술에는 충전식 배터리처럼 수소를 용해해서 옮기는 데 사용되는 LOHC 소재와 옮겨진 LOHC에서 수소를 분리해내는 탈수소화 반응기, 여기에 들어가는 촉매 등 3가지가 핵심이다. 연구단은 LOHC 소재 2종과 탈수소화 촉매 3종, 탈수소화 반응기를 개발했다.

수소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분해(수전해)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전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알카라인 수전해(AWE) 기술과 아직 도입 초기에 있는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PEM) 기술, 음이온 교환막(AEM) 수전해 기술 등이 소개됐다. AWE 기술은 니켈, 철 등 비백금 촉매를 사용할 수 있어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와 연계하기가 어렵고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PEM 기술은 백금이나 산화이리듐 등 귀금속 촉매를 사용해 가격이 비싼 반면 생산성이 좋고 안정적이다. AWE와 PEM의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AEM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 수소 분야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기술과 자원을 국산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안에 수소 기술을 전담하는 ‘국가 수소중점 연구실’을 지정하고 60억원을 지원할 에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KIST와 재료연구원 이외에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울산과학기술원의 태양전지-전해조 일체형 물분해 수소 생산 시스템 등 연구 성과가 전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