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 '대박' 아니면 '쪽박' 서학개미
② 삼성증권 ATS 독점계약 만료… 증권사 서학 개미 공략 차별점은?
③ 해외채권 쓸어담는 서학개미, 투자 전략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에 미국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일명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채권 투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직접투자 대신 채권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선호하며 현재 미국 기준금리를 고점으로 판단, 채권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장기채 ETF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금리 고점론?… 장기채 ETF 사들이는 서학개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2월7일~3월6일) 동안 미국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4개가 채권 ETF였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채권 ETF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를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고채 3X'(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순매수 종목 2위를 기록했다. 순매수 규모는 1억1095만달러(한화 1448억5613만원)에 달했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미국 채권 ETF는 순매수 상위 종목 12위를 차지한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장기채'(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가 차지했다. 이 상품은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다. 순매수 규모는 2762만달러(360억원)로 집계됐다.

두 상품 모두 장기채 ETF로 미국 기준금리가 조만간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 시 장기채 ETF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기존 채권보다 금리가 더 높아지고 기존 채권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이에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둔 투자자는 금리가 하락할 때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외에도 미국 7~10년물 국채에 투자하는 ETF인 '아이셰어즈 7-10년 중기 미국채'(ISHARES 7-10 YEAR TREASURY BOND ETF)가 2515만달러(328억원)를 모으며 14위를 기록했다.

26위에는 미국 투자등급 이하 또는 정크등급의 미국 기업 채권을 추적하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아이셰어즈 아이복스 하이일드 채권'(ISHARES IBOXX USD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이 차지했다. 이 상품에는 1091만달러(142억원)의 순매수 금액이 모였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본부장은 "최근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해 높은 자본 차익을 거두고자 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이 긴 채권형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다만 금리 상단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면서 채권시장 역시 높은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금리 상황을 봐가며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美 연준 긴축 장기화 우려… "금리 빠르게 내리지 않을 수 있어"


장기채 ETF 공략… 해외채권 쓸어담는 서학개미, 투자 전략은

기준금리가 조만간 하락한다는 기대감에 장기채 ETF를 대거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늘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투자자들의 기대만큼 금리가 빠르게 내리지 않을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연준이 긴축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미국 국고채 금리를 비롯해 회사채 금리가 상승 추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1일(현지시각)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4.01%를 기록하면서 4%를 넘어섰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를 넘긴 것은 연준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던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었다.

이는 연준이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물가 상승을 반영해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지난 3일 미국 국채 금리가 4%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강한 고용시장 지표 등으로 긴축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2월 초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를 시작으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이 모두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미 국채 금리가 재차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금리상승의 배경은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며 "미국 고용시장이 견조하고 물가하락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크게 약화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들의 기대처럼 쉽게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7일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이고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 전망치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회 금리 인상 폭이 0.7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줄어들었지만, 상황에 따라 다시 인상 폭을 0.50%포인트로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처럼 금리가 단기간 하락기로 접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락세로 돌아서기까지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채권투자가 가능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기준금리 전망을 상향하는 양상"이라며 "글로벌 긴축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위험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