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 정기 리밸런싱(반기 리뷰)을 앞둔 가운데 국내 증시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신규 편입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MSCI 지수 신규 편입이 예상되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에코프로(086520), 코스모신소재(005070), 금양(001570) 등 3곳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MSCI가 오는 17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주가 상승률 등을 계산해 지수 편‧출입 종목을 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은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종목을 편입하지 않는 예외 규정의 적용을 받아 편입이 유보될 가능성도 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MSCI 지수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MSCI에 실제 편입돼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글로벌 펀드 자금 등 MSCI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들은 추가로 지수 편입 종목을 매수하지만, 그 외 이미 신규 지수 편입 기업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대량 매도를 하고 이런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카카오뱅크(323410) 등이 MSCI 지수 편입 이후 주가가 크게 내렸고, 신라젠(215600)신풍제약(019170)은 10분의 1 아래로 급락했다.

2020년 11월 18일 에코프로이엠 이차전지 양극재 공장 착공식. / 뉴스1

12일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MSCI는 지수 신규 편‧출입 종목을 정하는 정기 리뷰 전달의 일정 범위 내 날짜 중 하루를 무작위로 골라 그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해 시가총액 4조5000억원, 유동 시가총액(유통주식 수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 1조5000억원 이상인 기업을 지수에 편입한다. 올해는 4월 17일부터 28일 중 하루를 골라 그날 종가로 주가 기준일을 정한 후 5월 12일 반기 리뷰 발표에서 편·출입 종목을 공개한다. 실제 리밸런싱은 5월 31일 이뤄져 6월 1일부터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이 유입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오는 17일 종가가 지수 편입을 정할 주가 기준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MSCI는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지난 2월 말 정기 리뷰까지 총 9번의 정기 리뷰에서 6번을 무작위로 제시한 날짜 중 첫째 날을 주가 기준일로 사용했다. MSCI가 첫째 날을 주가 기준일로 선호하기 때문에 올해도 첫째 날인 17일이 주가 기준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들에 따르면 올해 5월 반기 리뷰에서는 에코프로, KT(030200), 코스모신소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금양 등 5종목 내외가 신규 편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이차전지 관련 기업인 에코프로, 코스모신소재, 금양이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며 국내 증시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29일 10만3000원에 장을 마쳤지만 지난 11일에는 76만9000원까지 상승했다. 올해 상승률은 646.6%(66만6000원)로 주가가 7배 넘게 오른 셈이다.

주가 기준일 종가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MSCI가 ‘주가 급등 종목에 대한 편입 유보’ 조항을 두고 있어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기업의 지수 편입은 쉽지 않은 상태다. 기준일에 신규 편입 조건을 충족하는 시총을 달성해도 주가가 단기간 너무 급등하면 지수에 편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MSCI의 편입 유보 조항은 주가 기준일부터 역산해 과거 20거래일, 40거래일, 60거래일 동안 편입 대상 기업이 속한 업종과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이뤄진다. 에코프로와 금양은 소재 업종, 코스모신소재는 IT 업종이 비교 대상 업종이다. 이 업종의 해당 기간 평균 주가 등락률과 지수 편입 후보 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 20거래일 동안 초과상승률이 100%, 40거래일 동안 초과 상승률이 200%, 60거래일 동안 초과 상승률이 400%인지를 따진다. 이 기간에 한가지라도 기준이 되는 초과 상승률을 넘으면 지수에 편입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가 기준일로부터 20거래일 동안 IT 업종의 주가가 5% 상승했는데 코스모신소재 주가는 105% 상승(초과 상승률 100%)했으면 지수에 편입되지 않는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편입 후보로 예상되는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 주가가 2~3월 이후 상당히 빠르게 올라 유보 요건 때문에 지수 편입이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한편 유보 요건에 걸리지 않고 MSCI 지수에 편입된다고 해도 주가가 추가로 더 올라갈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난 2021년 9월 MSCI 지수에 편입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수에 편입된 후 보호예수 등의 물량이 풀려 정상적인 거래가 시작된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후에 주가가 44% 하락했다. 카카오뱅크(-22%)도 20% 넘게 주가가 내렸다.

2017년 11월 MSCI 지수에 편입돼 주가가 13만원, 시가총액이 8조7000억원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이후 횡령, 배임, 실적 부진과 상장폐지 등을 겪으며 주가가 5000원대로 내려앉았다. 2020년 9월 MSCI 지수에 편입된 신풍제약은 같은 달 18일 주가가 19만800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1만8000원 선까지 하락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수에 편입하기 전에 기대감으로 오르고 편입 직전에 주가가 정점을 찍은 후 실제 편입 후에는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특히 최근 과열된 일부 이차전지 종목들은 이런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MSCI 지수 편입은 기업의 재무 상태나 이익 규모 등은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고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한다”라면서 “지수에 편입된 후 패시브 자금이 의무적으로 편입 종목을 살 때 기존에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도해 결국 지수 편입 직전이 주가의 단기 고점이 되고 편입 이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