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산업은 최근 몇 년간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젊은 층이 주도하는 중국 소비재 시장이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화장품은 좀처럼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의 분석에 따르면 다수의 뷰티 기업이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엔 대부분의 소비자가 비필수재나 대체 가능한 고가품 소비를 줄인다. 화장품은 일상적으로 쓰이긴 하지만 의식주만큼 필수성이 강하지는 않은 데다 고가 제품도 많은 편이다. 특히 외국계 브랜드가 큰 타격을 입었다. 2024년 중국의 화장품 수입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현지 시장 전문가들은 '브랜드'를 앞세운 판매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지 투자연구 플랫폼 홍콩증권거래소(真是港股圈)는 최근 발표한 투자분석 보고서에서 "립스틱 효과는 옛말"이라고 표현했다. '립스틱 효과'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던 1929년 미국 대공황 시절엔 립스틱 제조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에 따라 생산 비용이 약 80% 감소했으며, 이에 따라 립스틱 가격도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소비자의 립스틱에 대한 접근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뚜렷한 장점이 생겼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불황이 그 자체로 뷰티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 보고서는 "근래 뷰티 기업의 실적은 전적으로 노력에 달려 있으며, 나아가지 않으면 후퇴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내 뷰티 기업 중에서도 명암은 갈린다. 아이메이커(爱美客), 화시바이오(华熙生物), 하오하이성커(昊海生科), 베이타이니(贝泰妮), 푸얼자(敷尔佳), 상하이자화(上海家化) 등 대기업이 2025년 1분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쥐즈바이오(巨子生物), 마오거핑(毛戈平), 상메이(上美股份) 등은 지속적으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퍼펙트다이어리의 모회사인 프로야(珀莱雅)나 완메이(丸美股份)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성분을 확인하고 있는 소비자의 이미지. ⓒDALL·E
보고서는 기업 간 격차의 배경이 '제품 트렌드 변화'에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중국의 기능성 스킨케어 시장에서 재조합 콜라겐의 인기가 히알루론산을 뛰어넘으면서 아이메이커, 화시바이오, 푸얼자 등 히알루론산을 앞세워왔던 대기업은 매출이 급락했다. 반대로 쥐즈바이오나 마오거핑 등 재조합 콜라겐 선도 기업들은 급성장을 기록 중이다.
재조합 콜라겐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보고서는 "새로운 혁신적 스킨케어 성분이 부상한다면 재조합 콜라겐 역시 히알루론산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또한,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마오거핑이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며 "불황에도 가성비 요인보다는 제품의 생명 주기와 트렌드 주도력이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