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선거가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중간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에너지’다. 지난 7월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공화당이 이를 갈고 있기 때문이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국내 태양광·풍력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됐는데, 중간선거 이후 법안 시행에 걸림돌이 생긴다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미 중간선거 판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3690억달러(약 500조원)를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에서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당시 공화당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상·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로 가까스로 법안이 통과됐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기가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독자적인 에너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미국 상원의원 100석 중 34석, 하원의원 전체(435석)을 뽑는다. 최근 여러 미국 매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이 10석 내외의 근소한 차이로 하원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은 현재 판세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이다.
법안의 입법과 수정, 예산안의 통과를 위해선 상·하원 양원에서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공화당이 하원 혹은 양원을 모두 차지하게 되면 법안의 통과와 예산안 승인이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어렵다는 얘기다.
공화당은 친환경 에너지 확대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태양력과 풍력 뿐 아니라 석유·가스·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발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례로, 워싱턴주의 공화당 후보 맷 라킨(Matt Larkin)은 유권자들이 더 저렴한 에너지와 공공 안전을 원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정책 결정의)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면서 “미국의 국내 에너지 비축량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승리해도 과반을 넘기기는 어렵기 때문에 급격한 정책 변화가 나오기는 어렵다. 공화당의 법안이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인 가운데, 공화당은 새로운 법안을 내거나 기존 법안을 수정하기 보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예산을 꼼꼼히 따지면서 법안 시행 속도를 늦추고 규모를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양원 모두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은 하원보다 상원을 지키고 확대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이 상원을 사수하게 된다면 공화당 다수가 예상되는 하원을 견제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예산 확대와 조속한 시행에 정치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바이든과 민주당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의 수혜를 입었던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업종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조정될 위험이 있다”면서 “반면 수력 발전 관련 인프라·유틸리티 종목은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